가격 vs 가치: 버리의 종목을 내 방식대로 뜯어본 밸류에이션 과정
가격 vs 가치: 버리의 종목을 내 방식대로 뜯어본 밸류에이션 과정
지금부터는 종목 이야기가 아니라 '과정' 이야기다. 버리가 뭘 샀는지가 아니라, 그것을 나라면 어떻게 검증하는가.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 이게 투자와 도박을 가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티커에 찍힌 주가를 '가격'이라 여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가격은 회사 전체를 사는 데 드는 비용, 즉 시가총액이다. 예컨대 페이팔의 가격은 387억 달러다. 주당 42달러가 아니라, 발행 주식을 전부 사들이는 데 드는 총액이 진짜 '가격'이다.
여기서 결정적 사실 하나. 페이팔은 잉여현금흐름의 7배에 거래된다. 7배다. 나스닥100이 대략 45배쯤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해 보라. 어도비도 잉여현금흐름의 7.5배다. 매출은 분기별로 우상향하고, 자본이익률은 높고, 매출총이익률도 견조하다. 그런데 '죽어간다'는 꼬리표만 붙어 있다. 나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계산해서, 이 꼬리표가 맞는지 스스로 확인한다.
왜 순이익이 아니라 잉여현금흐름인가
대부분의 투자자는 순이익만 본다. 하지만 나는 잉여현금흐름을 본다 — 가치를 실제로 움직이는 건 결국 이 현금이기 때문이다.
페이팔은 지난해 55억 달러, 최근 5년 평균으로도 연 52억 달러 안팎의 잉여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어도비는 최근 5년 연평균 80억 달러, 지난해엔 103억 달러다. 매출을 늘리려 인수를 남발한 것도 아니다. 어도비는 지난 5년간 인수에 고작 28.3억 달러를 썼는데,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의 6%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매출은 10년 연 16.9%, 5년 11.7%씩 성장했다. 순이익만 봤다면 놓쳤을 그림이다.
자사주 매입의 산수
버리가 이 종목들을 좋아하는 큰 이유 하나가 자사주 매입이다. 그 효과를 숫자로 보면 명쾌하다.
주식이 10주 있고 회사가 20달러를 벌면 주당 2달러다. 여기서 2주를 사서 소각하면 주식은 8주로 줄고, 같은 20달러를 8주로 나눠 주당 2.50달러가 된다. 이익은 그대로인데 주당 가치는 올라간다. 페이팔은 이미 발행주식의 21.5%를 사들였다. 이렇게 잉여현금흐름 배수가 낮은 동안 회사가 할 최선의 일은 사업을 키우고 남는 현금으로 자사주를 계속 사는 것이다. 참고로 '주식을 발행하면 회사 가치가 올라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명백히 틀렸다.
스톡 애널라이저: 5개 종목을 같은 잣대에 올리다
나는 각 종목을 10년 기준으로 분석한다. 매출 성장률, 잉여현금흐름 마진, 10년 뒤 적용할 PER(또는 잉여현금흐름 배수), 그리고 내가 원하는 수익률을 넣는다. 여기서 수익률 9%는 '안전마진 없는' 내재가치 기준이다 — 개별 종목을 사려면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해야 하지만, 비교를 위해 다섯 종목 모두 9%로 통일했다.
핵심은 이렇다. 나는 대체로 실제 실적보다 '보수적인' 가정을 넣는다. 예컨대 페이팔 매출 성장은 2·4·6%로, 애널리스트 추정보다도 낮게 잡았다. 그런데도 저평가가 나온다면, 그 미스프라이싱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 종목 | 현재가 | 중간 가정 적정가 | 중간 가정 연 수익률(DCF) |
|---|---|---|---|
| 페이팔 | 약 $42 | $94~104 | 23.7% |
| 어도비 | 약 $196 | 약 $600 | 약 26% |
| 비바 시스템즈 | $155 | 약 $230 | 약 14.5% |
| 알리바바 | $107 | 약 $225 | 약 20% |
| 조에티스 | $77 | $100~105 | 약 12% |
비바에서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 시가총액(257억 달러)이 기업가치(200억 달러)보다 크다는 것. 이는 순현금 기업이라는 뜻이다. 부채보다 현금이 훨씬 많아 파산하기 어렵다. 알리바바는 반대로 약 650억 달러의 순부채를 안고 있고 자본이익률도 낮지만, 매출 5% 성장이라는 극도로 낮은 가정에서도 20% 내재수익률이 나온다. 중국 1위 기업에 매출 성장 5%는 사실 인색한 숫자다.
리스크와 반론
오해를 막기 위해 분명히 한다. 이 숫자들 중 어느 하나도 '노브레이너'가 아니다.
내가 늘 강조하는 건 개별 승부가 아니라 '집합'이다. 이런 지표를 가진 큰 회사 20~30개를 적정가 아래에서 모을 수 있다면, 나는 개별 종목 하나하나에서 맞추지 못해도 전체로는 아주 잘할 것이다. 한 종목에 몰빵해 맞히려는 게 아니라, 미스프라이싱된 좋은 회사를 여러 개 찾는 게임이다. 그리고 가정은 당신의 것이어야 한다 — 원하는 수익률도, 적용할 배수도, 성장률도 나와 당신이 다를 수 있다. 도구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넣은 가정에 근거해 '얼마면 살 만한가'를 계산해줄 뿐이다.
FAQ
Q: 잉여현금흐름 배수가 왜 순이익(PER)보다 중요한가요? A: 순이익은 감가상각·비현금 항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은 사업이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이라, 자사주 매입·배당·재투자의 재원이 된다. 페이팔·어도비·비바처럼 현금흐름이 순이익보다 큰 회사는 PER만 보면 실제보다 비싸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Q: '안전마진 없는 9% 수익률'이 무슨 뜻인가요? A: 9%는 장기 ETF에서 기대할 만한 수익률이다. 개별 종목은 그보다 더 큰 리스크를 지므로, 실제 매수할 땐 9%보다 높은 요구수익률을 넣어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 이 글의 표는 종목 간 비교를 위해 9%로 통일한 '내재가치' 기준일 뿐이다.
Q: 기업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낮으면 무슨 의미인가요? A: 순현금 기업, 즉 부채보다 보유 현금이 많다는 뜻이다. 비바가 그 사례로, 이런 회사는 웬만해선 파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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