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Private Credit) 2조 달러 위기, 당신의 퇴직연금도 위험하다
사모신용(Private Credit) 2조 달러 위기, 당신의 퇴직연금도 위험하다
TL;DR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이 2조 달러를 넘어서며 심각한 균열을 보이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스스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당신의 401(k)·IRA·연금에 이미 사모신용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거절한 대출, 누가 해주나
사모신용 시장이 2조 달러를 돌파했다. Moody's는 향후 3년 내 4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시장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기업이 사모 대출기관을 찾아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모 대출기관의 자금 상당 부분은 바로 그 은행에서 온다. 은행이 직접 대출은 거절하면서, 중간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같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 시장이 급성장했다. 문제는 성장 속도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자기 시험지를 자기가 채점하는 구조
사모신용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가치 평가(valuation) 방식이다.
상장 주식이나 채권은 매일 수백만 명의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결정한다.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모신용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없다. 일일 시세도, 티커 심볼도 없다. 오직 펀드매니저만이 대출 자산의 가치를 결정한다.
대출을 실행한 사람이 그 대출의 가치를 매기는 것. 학생에게 자기 시험을 직접 채점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일부 펀드에서는 자산을 달러당 100센트(완벽한 가치)로 평가하다가, 불과 3개월 만에 가치가 0으로 증발한 사례가 있었다. 정비사가 "차 상태 완벽합니다"라고 했는데 3개월 뒤 엔진이 통째로 빠지는 격이다.
당신의 퇴직연금에 이미 들어와 있다
"나는 사모신용에 투자하지 않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 경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퇴직연금 상품 내 편입. 최근 몇 년간 월스트리트는 사모신용을 타겟 데이트 펀드, 401(k) 옵션, 보험 연계 상품에 적극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연금이나 401(k)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미 사모신용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둘째, 보험사 인수 경로. Apollo, Blackstone, KKR 같은 대형 사모신용 회사들이 보험사를 인수했다. 일반인의 생명보험료와 연금 보험료를 받아서 자사 사모신용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양쪽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대출이 부실해지면 위험은 고스란히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셋째, 시스템 리스크. 2008년의 교훈이다. 직접 노출이 없더라도 사모신용 시장이 붕괴하면 은행, 주식시장, 고용시장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수수료 구조가 말해주는 것
사모신용 펀드의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보면 인센티브의 비대칭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형적인 사모신용 펀드는 이렇게 작동한다. 은행 등에서 5%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고위험 기업에 20%로 대출한다. 15%의 스프레드에 더해 약 2%의 운용보수를 받는다. 대출 기업이 상환하면 펀드는 17%를 번다. 기업이 부도가 나면? 펀드는 이미 수수료를 선취했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 돈을 잃는 건 자금을 댄 투자자뿐이다.
이건 새로운 패턴이 아니다. 2008년 모기지 브로커들도 대출 실행 즉시 수수료를 받았고, 대출자가 상환 불능이 되든 말든 상관없었다. 크립토 거래소 붕괴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매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챙겼고, 토큰 가치가 0이 되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펀드매니저가 투자자의 손실과 무관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면, 인센티브는 이미 어긋나 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
401(k)나 퇴직연금 계좌에 로그인해서 투자 중인 펀드 목록을 확인하라. 'private credit', 'direct lending', 'alternative credit', 'senior secured', 'floating rate' 같은 단어가 보이면 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보유 중인 타겟 데이트 펀드, 연금, 보험 연계 상품도 마찬가지다.
직접 노출이든 간접 노출이든, 지금 시점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사모신용에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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