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훌륭한 회사와 훌륭한 투자 사이 — 84% 마진 뒤에 숨은 가격의 함정
팔란티어, 훌륭한 회사와 훌륭한 투자 사이 — 84% 마진 뒤에 숨은 가격의 함정
TL;DR 팔란티어는 84% 총마진과 사실상 무차입 대차대조표를 갖춘 훌륭한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자유현금흐름 기준 130배가 넘는 밸류에이션은 향후 10년간 20% 매출 성장과 50%대 순마진을 가정해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내 모델의 중립 시나리오 적정가는 74달러, 현재가는 약 136달러다. 사업이 아니라 가격이 문제다.
팔란티어는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
팔란티어는 방대하고 지저분한 데이터를 조직이 실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명확한 답으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정부는 국방과 정보 분야에서, 대기업은 운영을 더 똑똑하게 굴리기 위해 이 소프트웨어를 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설명 자체는 상당히 두루뭉술하다. 회사가 늘 해온 자기소개가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팔란티어가 인상적인가가 아니다. 지금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말이 되는가다.
대차대조표부터 보면 왜 감탄이 나오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대차대조표다. 시가총액은 약 3,500억 달러인데 기업가치(EV)는 3,420억 달러 수준이다. 기업가치가 시가총액보다 작다는 건 순현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부채가 있긴 하지만 보유 현금으로 전부 갚고도 돈이 남는다. 이건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좋은 재무 체력이다.
수익성도 좋다. 지난 5년 평균 순마진은 16% 수준이었지만 작년 한 해는 44%까지 올라왔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자유현금흐름과 순이익의 관계다. 5년 누적 자유현금흐름은 약 10억 달러, 같은 기간 순이익은 약 4억 8천만 달러다. 자유현금흐름이 순이익보다 크다는 건 반가운 신호다. 순이익은 회계 규칙이나 관행, 심하면 분식으로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지만 실제 들어오는 현금은 조작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본수익률(ROC)은 15%를 넘어섰다. 예전엔 이 지표가 약점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그리고 총마진 84%. 새 계약을 하나 딸 때마다 그 매출의 84%가 관리비와 세금 이전 단계에서 이익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이 정도 마진 구조면 매출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이익과 현금흐름이 빠르게 붙는다.
8개 지표로 본 강점과 약점
내가 기업을 볼 때 쓰는 8개 체크리스트로 보면 팔란티어는 정확히 절반이다. 낮은 부채, 매출 증가, 순이익 증가, 현금흐름 증가 — 여기까진 무난히 통과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이다. 첫째, 희석이다. 발행 주식 수가 26% 늘었다. 직원 보상으로 주식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다. "우리 주식을 다들 원하니 나눠주자"는 식인데, 이건 기존 주주의 지분을 갉아먹는다.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둘째, 밸류에이션이다. 5년 평균 PER과 5년 평균 자유현금흐름 배수는 극단적으로 높다. 최근 수치만 봐도 자유현금흐름 대비 130배가 넘는다. 130배는 많은 것이다. 다만 오해하지 말자. 어떤 지표 하나만으로 비싸다 싸다를 단정할 수는 없다. 회사가 앞으로 30년간 매년 이익을 두 배로 불린다면 130배도 헐값이다. 우리가 주식을 살 때 사는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문제는 그 미래가 이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 거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직접 돌려본 밸류에이션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나는 스토리가 아니라 숫자로 확인한다. 10년 기준으로 상당히 후한 가정을 넣어봤다.
매출 성장은 12%, 20%, 30% 세 시나리오로 잡았다. "팔란티어는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천억 달러짜리 회사가 매년 20% 매출 성장을 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순마진과 자유현금흐름 마진은 오히려 상향해 35%, 45%, 55%로 뒀다. 10년 뒤 이 회사에 부여할 PER은 20, 25, 30으로 뒀다. 시장 장기 평균이 15~16배라는 걸 감안하면 좋은 기업에 후하게 준 값이다. 개인적으로는 중앙값에 25 대신 22 정도가 맞다고 보지만, 강세론자를 위해 넉넉히 열어뒀다. 요구수익률은 안전마진 없이 9%.
결과는 이렇다. 낮은 적정가 26달러, 높은 적정가 222달러, 중립 적정가 74달러. 현재가가 약 136달러이니 내 중립 가정대로면 향후 기대수익률은 약 2%에 그친다. 훌륭한 회사인데, 가격이 틀렸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지금 사야 하나
내 입장은 분명하다. 팔란티어는 사업의 질로만 보면 나무랄 데가 거의 없다. 자본수익률은 오르고 있고, 대차대조표는 튼튼하고, 미친 듯이 성장하며, 자기 산업의 리더로 보인다. 분식 같은 게 없는 한 이건 나쁜 회사라고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투자 원칙의 다섯 번째 항목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스토리도 잘못된 가격에 사면 나쁜 투자가 된다. 한발 더 나가면, 좋은 숫자조차 잘못된 가격에 사면 나쁜 투자가 된다. 애널리스트들이 그리는 4.5배 매출 성장(약 75억 달러에서 330억 달러)과 84% 총마진이 만들어낼 이익 레버리지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지금 가격은 그 모든 낙관을 이미 당겨쓴 값이다.
관련해서 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스노우플레이크도 같은 잣대로 뜯어봤는데, 세 종목 모두 사업은 훌륭하지만 가격에서 걸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국 이 시대의 투자는 "무엇을 사느냐"만큼 "얼마에 사느냐"의 게임이다.
같은 카테고리의 글
매출은 폭발, 주가는 제자리: 엔비디아 강세론 vs 약세론 총정리
매출은 폭발, 주가는 제자리: 엔비디아 강세론 vs 약세론 총정리
엔비디아 매출은 2021년 160억 달러에서 5년도 안 돼 2,530억 달러로 폭발했지만 주가는 AMD·마이크론에 밀렸습니다. 젠슨 황의 '포물선 수요' 발언과 강세론 3가지, 약세론 3가지를 제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엔비디아 밸류에이션: 지금 이 주식의 적정가는 얼마인가
엔비디아 밸류에이션: 지금 이 주식의 적정가는 얼마인가
시총 5조 달러, 주가매출비율(PSR) 19.6배, 1년 순이익률 63%. 제가 보수적 가정(매출성장 10~25%, 마진 35~55%)으로 10년 DCF를 돌린 결과, 9% 요구수익률 기준 적정 중간값은 250달러, 15% 기준으로는 154달러가 나왔습니다.
엔비디아로 월세 받기: 커버드콜 전략 이해하기
엔비디아로 월세 받기: 커버드콜 전략 이해하기
엔비디아를 팔지 말지 애매하다면 커버드콜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9월 18일 만기 250달러 콜을 팔면 주당 3.37달러(연 8.8%), 220달러 콜이면 10.39달러(연 27%)를 받습니다. 원리와 함정을 제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다음 글
버크셔의 사상 최대 3,974억 달러 현금, 저는 이걸 경고로 읽습니다
버크셔의 사상 최대 3,974억 달러 현금, 저는 이걸 경고로 읽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사상 최대인 3,974억 달러 현금을 쌓아두고 14개 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제가 이 침묵을 왜 시장의 가장 큰 경고로 보는지 정리했습니다.
버핏 지표가 말하는 시장의 진실: 지금은 100년래 가장 비싼 구간입니다
버핏 지표가 말하는 시장의 진실: 지금은 100년래 가장 비싼 구간입니다
시가총액 대비 GDP를 보는 버핏 지표가 지금 140~142% 고평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1929년, 2000년과 비교한 역사적 데이터로 향후 10년 수익률이 왜 우려되는지 짚었습니다.
나쁜 뉴스가 쏟아지는데 시장은 왜 계속 신고가를 찍을까요?
나쁜 뉴스가 쏟아지는데 시장은 왜 계속 신고가를 찍을까요?
인플레이션 4.2%, 신용 시장 스트레스, 크립토 붕괴에도 S&P는 신고가를 이어갑니다. 11개 섹터 중 8개가 하락한 '가짜 랠리'의 정체와, 개인 투자자가 취할 규율을 설명합니다.
이전 글
데이터센터 800개, 새 법안 300개: AI 전력 쟁탈전의 판이 바뀌었다
데이터센터 800개, 새 법안 300개: AI 전력 쟁탈전의 판이 바뀌었다
2026년 첫 6주 동안 300개가 넘는 주(州) 법안이 데이터센터에 자체 발전소를 지으라고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동시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가 800개를 넘어서는 가운데, 1년이면 가동되는 가스터빈이 이 경쟁의 승자가 되고 있습니다.
AI 전력 구축의 '곡괭이와 삽': 누가 이기든 돈 버는 8개 종목
AI 전력 구축의 '곡괭이와 삽': 누가 이기든 돈 버는 8개 종목
에너지 트랜스퍼의 7% 배당부터 EQT의 34%+ 상승 여력까지 — 데이터센터 전력 구축의 파도를 타는 연료·터빈·배선 기업 8곳을 정리했습니다. 어떤 하이퍼스케일러가 이기든 돈을 버는 사업들입니다.
가스터빈 vs 소형 원자로: 지금 당장 AI를 돌리는 건 무엇인가
가스터빈 vs 소형 원자로: 지금 당장 AI를 돌리는 건 무엇인가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미국 첫 호기는 2030년경에나 나옵니다 — 가스터빈 발전소는 약 1년이면 가동되는데 말이죠. 속도, 공급, 그리고 어느 쪽이 이기든 유리한 한 기업까지 정면 비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