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플레이북: 정부가 조용히 당신의 부를 가져가는 방식
1946년 플레이북: 정부가 조용히 당신의 부를 가져가는 방식
부채는 어떻게 '녹아' 사라지는가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갚는 방법은 사실 단순합니다. 금리를 인플레이션보다 낮게 묶어두는 것, 이걸 경제학에서는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 부릅니다.
무섭게 들리지만 음모론이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이 연구하고 IMF가 논문을 내는 엄연한 정책입니다. 가장 단순하게 풀면 이렇습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금리를 인플레이션율보다 낮게 유지하면, 돈의 가치가 쪼그라듭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당신이 제게 100달러를 빌렸다고 합시다. 지금 빵 한 덩이가 5달러라면, 그 100달러로 빵 20덩이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풀어 몇 년 뒤 빵값이 10달러가 됐습니다. 당신이 제게 갚을 돈은 여전히 100달러, 숫자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그 100달러로 이제 빵 10덩이밖에 못 삽니다. 빚을 갚은 게 아닌데도, 빚의 실질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돈이 그만큼 가치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부채의 수렁에 빠졌을 때 하는 일이 바로 이겁니다. 인플레이션을 조금 더 뜨겁게 달구면, 시간이 지나며 부채가 저절로 녹아내립니다. 정부에는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당신의 저축도 똑같이 녹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1946년, 실제로 일어났던 일
이 플레이북은 이미 한 번 실행됐습니다.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입니다.
전쟁에 천문학적인 돈을 쓴 결과, 당시 미국의 부채는 GDP 대비 약 106%까지 치솟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부채/GDP 비율도 100% 안팎으로 거의 같습니다. 1946년의 정부는 진퇴양난이었습니다. 빚은 산더미인데, 세금을 더 걷어 갚기엔 국민이 5년간의 전시 희생에 지쳐 있었고, 빚을 갚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무너질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택한 길은 이것이었습니다. 금리를 약 2%에 묶어두고, 인플레이션은 4%까지 달리게 놔뒀습니다. 드라마틱하지도, 급격하지도 않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산수입니다. 예금이 2%를 주는데 인플레이션이 4%를 가져가면, 매년 돈 가치의 2%씩 잃는 겁니다.
이걸 얼마나 오래 유지했을까요. 무려 28년, 1974년까지였습니다. 28년에 걸친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 부의 파괴이자 이전이었습니다. 그 결과 부채/GDP는 23%까지 떨어졌습니다.
누가 그 대가를 치렀나
핵심은 이겁니다. 그 빚을 실제로 갚은 사람은 정부가 아니라, 현금·예금·채권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가장 뼈아프다고 봅니다. 가장 '책임감 있고 안전하게' 행동한 사람들, 즉 저축통장에 돈을 넣어둔 사람과 채권을 산 사람들이 가장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을 통해 그들의 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구체화해 볼게요. 인플레이션이 4%, 예금이 2%라면 매년 2%씩 잃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죠. 하지만 10만 달러를 그대로 두면 28년 뒤에는 약 5만 6천 달러가 사라집니다. 복리가 거꾸로 작동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같은 기간 주식 같은 자산을 든 사람은 매년 불어나니,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누군가 30% 부유해지는 동안 당신은 56% 가난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임 의장 앞에 놓인 선택지
새 연준 의장이 첫 회의에 앉으면 선택지는 사실상 셋입니다.
첫째,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과 싸운다. 하지만 39조 달러 부채의 이자 부담이 폭증하고, 주택시장이 무너지며, 침체를 부를 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를 미워할 길이니 택하지 않을 겁니다. 둘째, 금리를 내려 경기를 돕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기고 달러를 약화시킵니다. 셋째,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금리보다 높으니, 돈의 가치는 더 조용히 깎여나갑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웃도는 상태를 용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39조 달러의 부채를 경제를 터뜨리지 않고 줄이는 길은, 문자 그대로 이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금융 억압은 선택이 아니라 거의 유일한 출구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 현금과 예금만 끌어안고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세한 자산 선택은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1946년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안전하게' 보였던 선택이 가장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1946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았던 사람들은 1950~60년대에 큰 부를 쌓았습니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그 구조를 가르쳐줬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같은 플레이북이 펼쳐지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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