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약세장 신호등' 10개 중 7개가 빨간불인 이유
뱅크오브아메리카 '약세장 신호등' 10개 중 7개가 빨간불인 이유
한 줄 결론부터: 신호등 10개 중 7개가 빨간불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자사 고객들에게 "지금 주식을 더 사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냈습니다. 제가 이 리포트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단순한 숫자 하나였습니다. BofA가 수년간 다듬어 온 '약세장 신호등(bear market signposts)' 10개 중 7개가 이미 빨간불이라는 것.
약세장이란 별게 아닙니다. 고점 대비 20% 이상의 크고 지속적인 하락. 그리고 '신호등'은 역사적으로 그런 큰 하락 직전에 켜지는 경고등을 말합니다. 자동차 계기판을 떠올리면 됩니다. 엔진, 오일, 연료 경고등이 하나 켜지는 건 별일 아닙니다. 그런데 하나씩 둘씩 줄줄이 켜지기 시작하면, 차를 세우고 점검해야 할 때라는 뜻이죠.
빨간불이 켜진 속도가 더 무섭습니다
중요한 건 7개라는 숫자 자체보다 켜진 속도입니다. 4월까지 5개가 빨간불로 바뀌었고, 5월에 2개가 추가로 넘어갔습니다. 천천히 하나씩이 아니라, 짧은 기간에 연달아 점등됐다는 뜻입니다.
이 신호들이 측정하는 건 평범한 언어로 풀면 이렇습니다.
- 일반 대중의 경기 자신감 — 사람들이 경제를 얼마나 낙관하는가
- 투자자들의 추가 상승 기대 — 모두가 "주식은 오르기만 한다"고 확신할 때, 보통 정확히 그 반대가 옵니다
- 신용 시스템의 스트레스 — 개인과 기업이 돈을 빌리고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가, 은행이 대출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가
-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손실에 대비한 적립금)을 늘리고 있는가
가치투자자라면 이 빨간불 하나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가 가치투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신호는 따로 있습니다. BofA는 가장 비싼 주식들(실제 이익 대비 주가가 가장 높은 종목)이 싼 주식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BofA의 표현을 빌리면 "과도한 투기의 신호"입니다.
투기는 결국 도박입니다. 가격이 오르니까 사고, 계속 오르길 바라는 것. 가장 비싸고 가장 화제가 많은 종목들이 가장 높이 날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이 사업이 실제로 얼마짜리인가"를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냥 쫓아가고 있는 거죠. 역사적으로 좋은 신호가 아니었습니다.
20개 잣대 중 17개에서 고평가
BofA는 시장이 얼마나 비싼지를 20가지 서로 다른 잣대로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은 20개 중 17개에서 고평가, 그중 8개에서는 2000년 닷컴버블 때보다도 더 비싼 상태였습니다.
2000년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한다면 이 숫자가 가볍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S&P 500은 12년간 제자리걸음, 나스닥은 16년간 제자리였고 그 안에는 3년 만에 80% 폭락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기술 섹터 내부도 불안합니다. 애플, 엔비디아, 브로드컴 같은 최상위 종목과 하위 종목 간의 격차가 2000년 2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의 정점이 그해 3월이었으니, 26년 만에 가장 큰 격차인 셈입니다. 일부는 로켓처럼 솟고 일부는 그만큼 가라앉을 때, BofA는 이를 "커지는 불안정성의 신호"라고 부릅니다.
균형을 위해: 아직 초록불 3개가 남아 있습니다
공정하게 말하면 10개 중 3개는 여전히 초록불입니다. 그리고 BofA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오늘날의 빅테크는 2000년의 닷컴 기업들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이익도, 매출도 없던 가짜 웹사이트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버는 진짜 사업이라는 것.
다만 제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겁니다. 아직 초록불인 신호들조차 숫자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 이 기술 거인들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은 정체되거나 줄었습니다. 버는 돈의 거의 전부를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고 있고, 연말이면 가장 큰 기업들이 현금흐름의 100% 이상을 AI에 지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사주 매입도 줄었죠. 초록불이 '밝은 초록'이 아니라 노란빛을 띠며 빨간불 쪽으로 기어가고 있는 겁니다.
BofA의 결론, 그리고 제가 동의하는 부분
BofA는 S&P 500 목표치를 7,100으로 낮췄습니다. 현재 거래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죠. 즉 지수 전체로는 더 오를 여지가 적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전부 팔고 도망쳐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메시지는 이거였습니다. 개별 S&P 500 종목에서는 기회가 보이지만, 지수 전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서는 아니다. 평균적인 기업은 고전할 수 있어도, 적정 가격의 좋은 개별 기업은 여전히 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리포트 헤드라인은 "이익 실현(take profits)"을 권했지만, 저는 시장 타이밍에 따라 개별 종목을 들락날락하는 행동에는 회의적입니다. 좋은 회사를 좋은 가격에 샀다면, 혹은 저비용 ETF를 꾸준히 적립하고 있다면, 그냥 들고 가는 게 낫다고 봅니다. 40% 확률의 경기침체 경고와 함께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FAQ
Q: 신호등 7개가 빨간불이면 지금 당장 폭락하나요? A: 아닙니다. 신호등은 타이밍 도구가 아니라 '환경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큰 하락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올지(폭락, 횡보)는 아무도 모릅니다.
Q: 그럼 주식을 다 팔아야 하나요? A: BofA조차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수 전체에는 신중하되, 적정 가격의 좋은 개별 기업에는 기회가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같은 카테고리의 글
달러는 왜 다시 강해지는가: 제 외환 포지션 전부 공개
달러는 왜 다시 강해지는가: 제 외환 포지션 전부 공개
달러인덱스(DXY)가 99.75 지지선을 지키며 100.5, 나아가 102를 노리는 국면입니다. 제가 실제로 들고 있는 UUP 롱(약 4천 달러 평가익), 파운드·유로 숏, 엔화 롱 셋업을 펀더멘털 점수와 함께 풀어봅니다.
CPI 4.2%, 3개월 연속 상승: 그런데 시장은 왜 안도했나
CPI 4.2%, 3개월 연속 상승: 그런데 시장은 왜 안도했나
미국 연간 인플레이션이 4.2%로 3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1년 전 2.3%까지 내렸던 물가가 다시 상승 추세입니다. 그런데도 증시는 소폭 반등했죠. '예상 부합'이라는 미묘한 차이가 핵심입니다.
스냅챗이 가르쳐준 것: SpaceX IPO를 어떻게 봐야 하나
스냅챗이 가르쳐준 것: SpaceX IPO를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 15년간 주요 IPO 30개의 1년 후 평균 낙폭은 약 55%였습니다. 코어위브가 3개월 만에 300% 오른 것도 같은 명단에 있습니다. SpaceX IPO를 앞두고, 화려한 데뷔 뒤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스냅챗 사례로 풀어봅니다.
다음 글
새 연준 의장의 첫 FOMC: 청문회에서 드러난 3가지 신호
새 연준 의장의 첫 FOMC: 청문회에서 드러난 3가지 신호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첫 FOMC를 앞두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나온 3가지 발언이 시장의 향방을 가른다고 봅니다. '백악관의 명령을 받지 않겠다', 'AI가 물가를 잡는다', '선제 가이던스를 버린다'는 세 마디를 해석합니다.
1946년 플레이북: 정부가 조용히 당신의 부를 가져가는 방식
1946년 플레이북: 정부가 조용히 당신의 부를 가져가는 방식
금리를 인플레이션보다 낮게 묶어두는 '금융 억압'은 음모론이 아니라 IMF도 연구하는 경제 정책입니다. 1946년 미국이 28년간 이 방법으로 부채를 GDP 대비 106%에서 23%로 줄인 실제 사례와, 현금·예금·채권 보유자가 어떻게 대가를 치렀는지 분석합니다.
은을 가지고 있다면 지켜봐야 할 3가지 지표: 달러·코멕스·실물 수급
은을 가지고 있다면 지켜봐야 할 3가지 지표: 달러·코멕스·실물 수급
은 투자에서 제가 매주 추적하는 3가지 지표를 정리했습니다. 달러 인덱스(낮을수록 은에 유리), 코멕스 재고(이번 주 360만 온스 감소), 그리고 6년째 이어지는 공급 부족. 코멕스 붕괴론에 기대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함께 다룹니다.
이전 글
AI 메모리 골드러시, 진짜 돈은 '곡괭이와 삽'에 있다 — 5단계 공급망 지도
AI 메모리 골드러시, 진짜 돈은 '곡괭이와 삽'에 있다 — 5단계 공급망 지도
AI 메모리(HBM) 붐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은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그 밑에서 장비·검사·테스트·본딩·소재를 파는 공급업체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누가 이기든 돈을 버는 10개 종목을 5단계 스택으로 정리했습니다.
왜 HBM이 세상을 집어삼키는가 — 마이크론 1조 달러와 메모리 슈퍼사이클
왜 HBM이 세상을 집어삼키는가 — 마이크론 1조 달러와 메모리 슈퍼사이클
AI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메모리를 먹어치우면서 HBM 가격은 한 분기에 두 배가 됐고 제조사는 내년까지 매진, 마이크론은 시총 1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 슈퍼사이클이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무엇이 다른지 짚었습니다.
메모리 ETF, DRAM vs HBMX —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담느냐'의 차이
메모리 ETF, DRAM vs HBMX —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담느냐'의 차이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는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 등 제조사만 담고, 신생 HBMX는 제조사에 더해 장비·패키징·소재 공급망까지 내려갑니다. 둘 중 무엇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두 ETF가 같은 기계의 서로 다른 부분을 덮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