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 Higher for Longer 시대의 투자 생존 전략
금리 인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 Higher for Longer 시대의 투자 생존 전략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연준이 곧 움직일 것이고, 그 신호가 나오면 주식은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지배적이었다.
그 시나리오가 무너지고 있다.
기대가 반전된 배경
유가가 배럴당 $100을 넘기면서 인플레이션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하락하는 게 전제 조건인데, 석유발 인플레이션이 그 전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한다(Higher for longer)'는 내러티브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소수 의견이었다. 지금은 주류가 됐다.
시장이 반응하는 건 실제 금리 수준이 아니라 기대의 방향이다. 금리가 5%든 4%든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느냐가 문제다. 지금 그 기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게 시장이 흔들리는 근본 원인이다.
밸류에이션에 가해지는 압력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기술주다.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에 크게 의존한다. 금리가 높으면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그만큼 현재 가치가 줄어든다. 금리 인하를 전제로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하던 기업들이 갑자기 비싸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고 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키고, 랠리의 천장을 제한한다.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 밸류에이션 확장 → 주가 상승'이라는 경로가 끊어진 셈이다.
불 케이스와 베어 케이스
지금 시장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공존한다.
불 케이스는 이렇다. 석유 위기가 진정되고,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주식이 반등한다.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이 경로가 실현되려면 여러 가지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베어 케이스가 현재로서는 더 개연성이 높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고, 연준이 긴축을 유지하고, 주식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란 상황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유가가 단기간에 안정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낙관적이다.
시장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두 시나리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꿔라
워런 버핏이 최근 한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비유가 있다.
"미국 경제 시스템이라는 놀라운 성당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카지노가 붙어 있고, 사람들은 이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주식을 사서 그냥 50년을 앉아 있으면 — ETF처럼 여러 종목에 분산해서 — 잘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은 작동하고, 카지노에 베팅하는 것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시장의 방향, 금리의 방향, 지정학적 상황. 이 중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통제할 수 있는 건 이것들이다. 비상 자금을 완전히 확보하는 것. 부채를 늘리지 않는 것. 수수료가 낮은 광범위한 ETF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 뉴스에 흔들려서 계획을 바꾸지 않는 것.
금리 인하가 올해 안에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내 투자 전체가 좌우되는 구조라면, 이미 계획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투자의 본질이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비가 와도 햇볕이 나도, 일관되게. 이게 60년간 검증된 유일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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